인종을 차별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 김동석

by kace

  • Posted on January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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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잠해져 잊혀질만하면 한번 씩 튀어나와서 소수계를 뒤집어 놓는 이슈가 인종문제이다. 그렇게 하여 인종갈등으로 한 번씩 홍역을 치르고 나면 더욱더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시대가 열렸지만  흑백 인종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미국사회가 풀어내야 할 숙제이다.

  ‘니그로’라는 말은 과거 노예시절 흑인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 흑인에 대한 멸시와 조롱의 뜻이 담긴 대단히도 부정적인 말이다. 그래서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 이후 점차 사용빈도가 줄어들면서 ‘블랙’이나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 대체돼 왔다. 그런데 최근 인구조사국이 2010년도 센서스설문지에 ‘니그로’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흑인사회를 자극시키고 있다.  

센서스설문지의 인종을 묻는 9번째 항목에 “ Black,  African American,  Negro “라는 선택사항이 표기된 것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공문서의 표기라는 것 이외에도 이 설문지의 질문용어가 1년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데에 있다.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으로 폭스뉴스의 유명앵커인 ‘글렌 벡’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니그로가 더 잘 어울리지 아프리칸 아메리칸은 인종을 의미하기엔 점 부적절하고 억지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단어’라고 했다. 흑인사회의 노골적인 불쾌감의 수위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흑인을 멸시하는 백인들의 고정관념은 정말로 못 말릴 것 같다. 지난해 7월 하버드대의 저명한 흑인교수가 여행에서 돌아와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가는 중에 열쇄를 잊어버려 문고리를 뜯어내다가 출동한 백인 경찰에 무자비하게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미국 전체가 한바탕 소동을 겪었고 오바마 대통령조차 흑인교수를 두둔했다가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었다. 전국의 흑인들은 ‘과연 그가 백인이었으면 어땠겠는가?’ 라고 되물으면서 술렁되기 시작하여 긴장이 고조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교수, 백인경찰을 동시에 백악관으로 초청해서 라운드 테이블에서 대화로 사건을 진화했다.

연방의회에서 상원을 이끌고 있는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총무)가 정치적인 위기를 맞았다. 의회 역사상 최고의 성과로 기록되는 ‘의료개혁법안’을 통과 시키는 데에 가장 큰 공로자인 해리 리드 대표는 그가 오바마의 대통령선거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대통령선거직후 말실수가 드러나서 곤욕을 치루고 있다.  

2008년 대선이 끝난 뒤 열린 어느 비공식 모임에서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밝은 피부색을 가진 흑인이었기 때문이고 니그로 방언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란 발언이 드러났다. 이 사실은 곧 출간 예정인 “게임 체인지 ( Game Change )”라는 대선 상황을 적은 책자에 공개됐다. 해리 리드 원내대표는 ‘니그로’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인종차별 발언의 문제가 확산되자 리드 대표는 수차례에 걸쳐서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직접 잘못했다고 사과했으며 대통령도 그것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해리 리드’ 의원은 민주당의 상원을 지휘하는 사령관이다. 2004년도에 민주당의 지도자로 뽑힌 4선(24년)의 최고 거물중의 한명이다. 2004년도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탐 대슐’ 의원이 낙선을 했다. 중도파인 ‘해리 리드’의원이 그 뒤를 이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민개혁안에 가장 적극적이고 낙태반대론자이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장 먼저 동의를 해 준 한국인들과 가깝다. 올해 4번째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지역구 사정이 좋지가 않아서 ‘탐 대슐’의 악몽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고 민주당이 좌불안석이다.  

  연방정치인의 관심을 끄는 일은 정말로 어렵다. 더구나 상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모처럼 한인커뮤니티를 잘 이해하도록 했는데, 인종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해리 리드’의 올해 선거가 오히려 그 자신보다 우리에게 더 큰 걱정거리를 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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