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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언어학

by kace

사람의 성격과 기본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말과 글이 상당히 중요하다. 맞는 말을 그것도 아주 잘하는데 듣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다. 이른바 언중유골, 말속에 뼈가 있다 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정말 아는 것도 많고 말을 멋지게 한다.

그런데 다 듣고 나면 내가 바보가 된 느낌을 갖는다. 반면에 어눌하면서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은데도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뭔가 새겨들어야 할 것 같고 그 사람과 뭔가 같이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말과 글은 소통을 위한 것이고 때로는 상대를 교육하고 설득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인간의 통신방식이다. 그런데 속이 꼬인 사람들은 자신의 말과 글로서 상대를 설득하기 보다는 공격부터 먼저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이 나쁘고 방어적이거나 똑 같이 공격적인 말을 하게 된다. 이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말의 전쟁이다.

2015년 공화 민주 양당의 예비경선 시작부터 단연히 독보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의 토론을 보면서 한마디로 끝내주는 말발 이다라는 생각을 아마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가졌을 것이다.

그는 직설적이고 상대의 허점을 침소봉대하여 웃음거리로 만들어내고는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흔들어 버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인 식견을 가지고 서로의 정책이 잘못되었고 자신의 정책이 옳다는 논리적인 논쟁을 하려고 했는데 트럼프 때문에 모두들 봉숭아 학당의 학생들이 되어 버렸다.

사실은 후보자 토론장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자세로 미국의 현재 문제를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놓고 자신의 논리를 펴나가면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만들고 시대의 아젠다를 만들어야 했다. 바로 그것을 이번 공화당이 하지 못했다.

특히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현재의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한 공약을 내놓아야 하는데 대부분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던 공화당 전통 공약만 있었고 8년 민주당 오바마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에 근거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오로지 기대는 것은 트럼프의 개인기와 힐러리의 약점에 대한 공격을 이번 대선의 전략으로 세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민주당은 치열한 정책논쟁을 하였고 대선 후보가 된 힐러리는 상대 예비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의 정책들을 상당히 받아들였다. 그야말로 미국의 미래를 놓고 격론을 벌였고 전당대회에서도 경쟁자였던 샌더스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공화당은 트럼프의 말에 상처를 입은 후보들이 대거 불참했고, 심지어 행사장에 참여하여 지지를 할 것으로 보였던 테드 크루즈가 여러분 대선에서는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라는 말로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다.

지금쯤이면 8년 민주당 정부에 대한 평가와 비판 그리고 대안이 대선의 화두가 되어야 하는데 트럼프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 언론의 주요 화두다. 물론 힐러리의 이메일 문제가 있지만 트럼프는 이런 호재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분별없는 공격적인 발언들에 대한 사방의 공격을 방어하느라 정신이 없다.

좀더 설득력 있는 진중한 말로써 자신의 정견을 이번 대선의 아젠다로 만들었더라면 2016년 선거는 트럼프 자신뿐만 아니라 공화당에게는 훨씬 유리한 선거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대선 60일 정도 남았다. 그래도 유권자들은 투표를 해야 한다.

이 칼럼은 2016년 9월 3일 뉴욕 한국일보에 또한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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