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감상

< 졌어도 품위를 지켜라 >

2008년 6월6일, 민주당의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마지막 예비선거가 끝난 사흘 뒤였다. 부부대통령의 역사책을 읽을 줄 알았던 힐러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선거운동을 함께 해준 약 200여명의 보좌관들과 고문들, 그리고 힐러리의 절친들이다. 워싱턴 화이트헤이븐 가에 있는 400만 달러가 넘는 힐러리 저택의 뒤뜰에 펼쳐진 파티다. 1년 넘게 그녀의 캠프에서 뛰어준 지성과 눈물 그리고 땀에 대해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표하는 자리다. 워싱턴 DC의 한여름 금요일 오후의 더위는 유명하다. 힐러리는 숨막히는 습기와 더위를 무시한 채 이제 곧 해체되는 선거캠프에서 떠나보내야 할 충성스런 캠페인 요원들과 사진을 찍고 이별을 고하고 있는 중이었다. 치열한 전투의 끝에 열린 힐러리 저택 뒤뜰의 파티는 마치 초상집 비슷한 시원섭섭한 이별의 자리 같은 분위기다. 모두들 과연 오바마가 힐러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목할 것인가?가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할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전날 밤 힐러리는 동료 상원의원인 ‘다이엔 파인스타인’의 집에서 만난 오바마로부터 직접 부통령후보로 지명하지 않을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 충성스런 부하들을 떠나보내는 파티의 분위기를 잘 살리기 위해서 그냥 침묵하고 있었다. 한 달 전 인디애나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예비경선이 치러진 날 NBC [Meet The Press]의 사회자인 ‘팀 러서트’(지금은 고인이지만)가 아주 노골적으로 힐러리 캠프에 사망선고를 내렸을 때에 그녀는 이미 차기(4년이나 8년후)에 대해서 결심을 했다. 그래서 또 다시 모여서 더 큰 캠페인을 펼쳐야 할 부하들에게 강조해서 반복하는 말이 있었다. “패배했어도 품위를 지켜라, 다시 시작할 때를 준비하기 위해서..”

 

< 흑인과 여성에서 전략의 실패 >

2008년 흑인과 여성이란 전선에서 힐러리 캠프의 전략가들은 오바마 캠프가 ‘흑인대통령’이란 역사적인 의미를 내 세울 때에 ‘여성대통령’이란 의미를 애써 강조하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그것이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한 결정을 내릴 때는 그녀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고 백악관에 입성하는 것이 당연해 보일 때였다. 부부대통령이란 역사적인 기록을 언급하면서 충분히 준비되었기 때문에 최고의 대통령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했다. 2007년 내내 그녀는 여성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강인한 모습을 강조해야 한다는 전략가들의 말을 따랐다. 오바마가 연설에서 인종문제를 언급할 때에 그녀는 자신의 성별을 절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예비경선(프라이머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캠프내에 혼란이 왔다. 아이오와에서 패하고 뉴햄프셔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남편인 클린턴이 나섰다. 뉴햄프셔에서 일주일 동안 그녀는 감정적으로 지쳐 눈물을 흘리면서 나약한 모습을 애써 보였다 (그 유명한 힐러리의 눈물). 이 덕분에 판세가 뒤집혔다. 힐러리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 오히려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이 그녀로 쏠렸다. 오바마가 민주당의 후보로 결정되었을 때에 곧바로 힐러리는 차기를 생각했다. 2016년 대선을 생각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오바마를 백악관의 주인으로 만드는 일에 협력하자는 설득이 쉽지 않음을 알고 의지를 불태운 것이다. 그녀는 훗날을 기약하며 오바마를 지지하는 연설을 스스로 작성했다. 그녀는 흑인 인권운동과 여성 권리운동이 다를 바가 없음을 강조했다. “ 비록 우리가 이번에는 가장 높고 가장 단단한 유리 천장을 부수지는 못했지만 1,800만 개의 균열을 냈습니다…” 이말에 그녀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훗날을 기약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008년 6월6일, 오바마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그녀의 연설이다.

 

< 오직 백악관 >

역사적인 흑인대통령의 재임동안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대통령이란 역사를 쓰기 위해서 간고한 투쟁을 이어왔다. 오바마로부터 국무장관으로 임명받은 것을 기회로 삼았다. 미국법상 국무장관이 되려면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힐러리는 경선때 진 거액의 빛을 그녀의 열렬한 지지자인 영화배우 ‘아메리카 페레라’가 모금에 나서서 해결해 주었다. 2012년 오바마가 재선에 나섰을 때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오바마 재선을 위해서 뛰었다. 아내를 위한 오바마의 지지를 약속받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존 케리’에게 국무장관직을 내준 힐러리는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섰고 오늘에 이르렀다. 힐러리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민주당내 좌쪽에서는 여전히 그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노예가 이미 되어버린 민주당의 모습을 그녀가 대표격으로 떠 안고 있는 이미지 때문이다. 이라크전에 찬성표를 던진 경력이 또한 아직도 복병임에 분명하다. 오바마의 집권을 통해서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 잡은 젊은 진보층들은 아직도 대선후보로 사민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렌’상원의원을 드림 티켓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지지율의 격차를 볼 때에 힐러리가 너무 멀게 앞서있음에 대세론이 굳혀간다.

민주당 후보토론회에서 샌더스로부터 이메일 스캔들의 면죄부를 받았고, 어제(22일)는 의회에 설치된 벵가지사건 조사위원회의 청문회를 무사히 넘겼다. 이제 그녀가 본격적으로 대국민 캠페인에 나설 기세다. 그녀의 캠페인 전략의 중심은 “여성”이다. 그녀가 과연 여성대통령, 부부대통령이란 역사를 써 낼 것인가…? 그녀의 의지와 집념을 생각해서는 이미 그녀는 대통령임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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