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반을 지나면서는 한풀 꺾였지만, 지난 약 한달 동안은 전 세계 한국인들을 숨죽이게 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바로 남중국해 연안에서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직전까지 갔었다. 경제적으로는 양 국가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의존 관계지만 군사. 안보 측면에선 순식간에 긴장을 촉발시키는 적대관계라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양측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미.중 관계가 냉전시대의 미,소 이상으로 적대적임을 알았다. 더구나 지난 10월10일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서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군사퍼레이드의 열병식에 참가한 사진이 여전히 날아다니는 때에 이러한 긴장은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겐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수 없다. 미국의 거침없는 공격적 군사시위에 겁을 집어먹은 중국이 꼬리를 내리면서 일단락 되었다. 긴장이 풀렸지만 아직 미국시민이라고 하기엔 설명이 어려운, 여전히 지나치게 한국으로 쏠려있는 미주 한인들에겐 참으로 불안한 일이었다. 물론 제 일에만 열중하고 한인이나 한인커뮤니티라는 공동체에 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나 신경이 없는 사람들에겐 뚱딴지 같은 이야기리라…, 그렇지만 지식인으로 진지하게 미국시민의 관점에서 세상의 뉴스를 접하는 한인들이라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정세에 점점 휘발성이 짙어만 가고 있다. 한반도의 휴전선은 남과 북의 전선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경계선이고 그야말로 전선이다. 한반도를 향한 주변국들의 군사개입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우리가 보고 있음이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가장 얍쌉하게 먼저 움직임을 보이는 곳. 어디겠는가?…바로 ‘일본’이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기미에서 우리의 신경을 가장 민감하게 자극한 것은 일본의 입장이다. 저들이 그것을 아주 노골적으로 밝혔다. “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북한지역 진입 ”이라고 했다. 지난 10월20일 ‘나카타니 겐’ 이란 일본 방위상이 한국과 일본의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 발언이다. 이런 발언의 취지는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남쪽만이고 북쪽은 이북을 정부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여론화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북한을 쳐 없애고 일본이 주둔해도 대한민국은 참견 말라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일본이 “대한민국이 유일한 합법정부다”를 인정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를 더 참담하고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미국의 입장이다. 지난 10월2일 제47차 한미안보연례협의회에서 미국은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입에 대해서 일본 입장을 들어주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한국보다 일본의 입장을 더 우선시 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관계보다 미일관계를 더 중요시하겠다는 입장을 미국이 공개적으로 말한 것이다. 한국과도 동맹국이 확실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한국과 북한이 유엔의 개별적 회원국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는 “ 미국이 각 나라의 주권을 존중하고 동맹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고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도 존중하겠다는 뜻이 포함 된다 ”라고 아주 궁색하게 국민들의 민감한 반응을 잠재우기위한 발표를 한 것으로 넘겼다.

사실, 점점 위급해지는 이러한 상황을 한국이 모르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미국에 대해서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한국의 전문가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면 “ 우리가 워싱턴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안을..그 대책을 미리 세웠어야 했는데…..” 그렇게만 이야기한다. 통일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내려면 90% 이상 그 영향력은 미국이 갖고 있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객관적 현실이다. 내 노라 하는 서울의 전문가들을 수도 없이 만났지만 모두가 같은 답이다. 미국에게 의견을 내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줄 아무런 방도가 없다고 한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전문가든, 아니든, 지금 지구촌 어디에서건 한국어를 하고 김치를 먹는 민족 성원이라면 동북아시아에 조성되는 새로운 정세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 재균형이란’ 미국의 아시아정책을 정신 차려서 대처해야 한다. 우리같이, 똑똑하기가 2등이라면 화딱지를 가장 먼저 내는 한인 동포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이렇게 넋 놓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수준 높고 똑똑한 동포들이 지금의 상황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야한다.

미국에서 대외(외교)정책을 포함해서 어떠한 현안도 ‘국익이 시민의 뜻을 우선하지 못한다’란 불문율이 있다. 국익을 앞세웠으면 미국은 이스라엘을 택하지 않고 그 주변 아랍권의 산유국들을 택했을 것이다. 600여만 명의 유태계 미국시민들의 뜻이 국익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600만 명이 자기들의 뜻을 워싱턴에 아주 명확하게 알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200만 한국계 미국시민들이 우리의 뜻을 워싱턴에 왜? 알리지 않는가 하는 것이 문제다. 왜? 통일, 통일, 한국, 한국, 이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워싱턴을 향하지 않고 모두가 다 왜? 자꾸 왜??? 서울쪽을 향하는가 하는 말이다. 통일을 위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란 구호를 외치면서 워싱턴을 궁리하지 않고 우리 동네에서 우리끼리 한국하고만 뭔가를 하는 행사로만 왁짜찌걸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한 액션은 별 소용이 없는 그런 것을 정녕 모르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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