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이었다. 필자가 막 뉴욕생활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뉴욕시장이 차이나타운의 음력설 잔치에 참석하자는 보좌진의 권유를 받고 그 사람들은 투표도 하지 않고 후원금도 내지 않는데 왜 시간을 낭비 하느냐..?”라고 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다. 차이나타운을 포함한 맨하탄 다운타운을 뒤덮는 타블로이드 판 신문인 빌리지보이스(Village Voice)'에서 읽은 이 기사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 시장의 말은 필자가 지난 20여년 이상 선출직 정치인들을 겪으면서 내린 결론에 가장 가까운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언제 어디에서고 기회만 있으면 이 말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어떤 집단을 볼 때 딱 두 가지만 본다. 투표와 선거 자금이다. 그 집단이 나에게 얼마나 표를 모아 줄 수 있는지, 얼만 큼의 정치 후원금을 줄 수 있는지가 그 집단의 영향력을 결정짓는 것이다. 아무리 인구가 많아도 유권자등록을 하지 않아 투표율이 높지 않고 후원금을 내는 데에도 인색하다면 그 어떠한 정치인도 그와 같은 이익집단이나 소수민족의 얘기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냉정한 현실정치권에서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떠한 선출직 정치인에게서도 도움을 받으려면 스스로를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야만 한다.

올해 미국 정치의 최대 이벤트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다. 4년마다 치러지는 대통령선거 중간에 끼어있어 중간선거라 부른다. 임기 6년의 상원의원 100명중 3분의 135명을, 임기 2년의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뽑는다. 대통령선거전엔 주류(백인)사회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고 또한 큰 이슈에 의해서 결과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특별한 이익집단이나 소수인종들의 정치력 발휘는 대개가 중간선거전에 경쟁적이다. 때문에 소수계들은 올해 초반부터 이미 유권자등록과 정치인 후원하는 일에 열이 오른 상태다. 이와 같은 일에 가장 발 빠르게 열을 내는 집단은 물론 유태계다. 이들은 2002년 중간선거전에서 일리노이에서 출마한 람 이매뉴엘(Rahm Emanuel)'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서 단기간 내에 민주당 지도부로 진입시켜 결국엔 백악관의 실력자로 만들었고, 2006년 중간선거전에선 리치몬드의 에릭 캔터(Eric Cantor)"를 중심으로 친 유태계 3인방을 조직적 지원을 했다. 소위 3영건(젊은 보수운동)이 그들이다. 에릭 캔터는 2012년부터 하원의 다수당 원내대표다. 3명이 힘을 합해 오히려 존 뵈너 의장의 머리위에 앉아있는 형국이다. ( 영건3인방 :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에릭 캔터, 부통령후보였던 폴 라이언, 수석부총무 케빈 맥카티 ) 전국 유태계들의 전략적 정치후원금이 이렇게 효과를 냈다. 그러니 차기 대권의 향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이번 중간선거전에 유태계들이 극성임은 당연하다.

올 중간선거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유태계 풀뿌리 단체들의 슬로건은 의리를 지키자 !”. 워싱턴 정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 된 것에 회의를 갖게 된 중도적 현역들이 줄을 이어서 은퇴를 선언한 이유로 선거역사상 가장 큰 폭의 의원교체가 예상된다. 이러한 틈을 타서 유태계들이 또한 대거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줄곧 친이스라엘, 친유태계의 입장을 지켜온 현역 의원들에게 의리를 지키는 캠페인을 하자는 구호를 갖고 캠페인에 나섰다. 캠페인에 가장 적극적인 유태계 풀뿌리 단체는 물론 에이팩이다. 에이팩의 정치후원에는 규칙이 있다. 우선 친 이스라엘 현역의원을 지원 한다. 여기엔 공화. 민주 당파적 구분의 의미가 없다. 친이스라엘 현역에 유태계후보가 도전을 했으면 덕망 있는 유태지도자가 설득해서 주저앉히기 까지 한다. 에이팩의 풀뿌리 활동가는 현역의원에게 당신이 의회에서 우리의 의견에 따라주면 선거에서 우리의 형제나 부모가 당신 지역구에서 출마한다 해도 당신의 당선을 도울 것이다 라고 말한다. 에이팩 활동가는 우리는 이와 같은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일이 없으며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고 할 때에 의원들은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한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저들은 정치적 영향력이 목표이지 유태계정치인이 목표가 아님을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예다.

올 중간선거전에 뉴욕과 뉴저지의 한인밀집지역에 한인후보가 출마선언을 했다. 한인들의 정치참여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이유로 현역들이 바싹 긴장을 하고 있다. 뉴저지 포트리에서한인 후보의 도전을 받는 현역은 한인사회에 적대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한인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렵지 않겠지만 후러싱의 현역은 평소 한인사회와 친밀한 관계를 해 왔고 동시에 한인커뮤니티의 이슈에도 적극적이었기 한인유권자의 선택이 쉽지가 않다. 유태계의 풀뿌리 캠페인을 잘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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