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1일,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항구에 시민들이 몰렸다. 이라크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호가 복귀하는 날이다. 머리에 전투기 조종사의 헬멧을 착용한 전투복 차림의 부시 대통령이 해군 제트기로 항공모함에 착륙했다. 막 폭격을 끝내고 돌아온 폭격기 조종사로 분한 대통령은 “ 전쟁은 끝났다. 우리는 승리했다”라고 선언했다.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대통령은 미 국민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전투원들을 고국의 가족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면은 TV 화면을 통해서 전 세계에 중계되었다. 그러나 이 선언은 곧 갈채 속에 묻혀버렸고 병사들은 이라크에 남아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승리를 선언하기는 쉬웠다. 그러나 후세인의 종적은 묘연했으며 여전히 충직하게 그를 따르는 게릴라 집단은 전쟁기간보다 더 많은 미군의 사상자를 만들어 냈다.

그 해 12월 미군이 후세인을 포획하고 이라크의 주권을 이라크 정부에 넘겨주기로 결정했지만 반란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미국에 대한 분노는 지속적으로 끓어올랐다. 후세인이 제거되었어도 미국인들은 이라크에서 계속해서 사망했고 2006년에 들어서는 그 숫자가 3000명에 이르렀다. 미국은 치열한 반란에 대한 전투를 수행해야만 했고 더구나 어려운 일은 이와 같은 내전 상황에서 시아파와 수니파가 서로 살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다.
미국을 공격한 9.11 테러범들을 겨냥해서 개전한 대 테러전이 점점 이슬람 종파전쟁으로 그 내용이 전환되고 말았다. 시아파를 앞세우면 수니파가 미군을 공격하고 수니파와 협상을 하면 소외된 수니파가 게릴라로 미국을 공격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광으로 지목 된 사담 후세인을 처형했고, 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지만 결과는 이슬람권내 미국에 대한 증오는 증폭되었다.

미군이 후세인을 제거하자 바그다드가 곧장 권력의 공백 상태로 되었다. 바그다드 사람들은 30년 동안의 폭정에 시달린 울분으로 남아있는 정부청사와 가정집에 불을 지르고 사무실과 백화점 등으로 트럭을 몰고 들어가 물건들을 약탈했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럼스펠드는 워싱턴에서 점잖게 “ 자유로움은 난잡하며 자유를 얻은 사람들은 아무런 실수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스스로 신이란 경지에서 감상문을 낭독하듯 한 이 발언이 이슬람권에선 아직도 증오와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이슬람 종교의 종파로 그리고 민족자존심으로 발양이 된 반미증오심은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만약 우리가 수니파와 시아파가 서로 죽고 죽이는 행위를 중단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는 말은 이슬람권내 미국대사들의 합창이다. 2001년 9.11테러로 시작된 21세기전쟁의 단면이다.
 

9.11 테러 13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오바마 대통령은 중요 대국민 연설을 통해서 수니파 반군 이슬람 국가(IS)격퇴 명령을 하달했다. 대국민 연설의 대통령표정이 편치 않게 보였지만 적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아주 명료하게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특유의 의기양양 한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가 아니고 전쟁을 피하려고 끝까지 인내했음을 보여주는 고뇌에 찬 연설이었다. 미국을 위협하면 어디든 안전한 피란처가 없다는 것을 IS는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주간 단위로 연속해서 미국기자를 참수 처형한 IS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도 엿보였고 미국 공군의 공격이 동반할 최소의 희생과 그 여파로 이어질 후과도 짐작하는 연설이었다. 대통령은 “ IS는 이슬람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다, 다만 그들은 테러리스트일 뿐이다”라고 단호하게 규정했다. 지상군 투입은 절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여하튼 전쟁의 시작임을 모를 이는 아무도 없다.

9.11 테러 이후 만 13년이 지나고 있지만 대테러전의 후과는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더 미국을 위험지대로 몰고 있다. 부시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외교정책으로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인식이 크게 망가졌다. 미국을 설명하는 상징물이 자유의 여신상이 아니고 관타나모의 수용자 시설이 되고 말았다. 지난 한 세기 지구촌에 베푼 미국의 관용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으며 지구촌 문명공유를 위해서 기여한 공로는 전 세계 국가의 기여도를 다 합해도 미국의 그것에 절반도 못된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 확산되는 미국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이해할 것 인가? 미국은 전쟁을 위한 준비는 했어도 평화를 위해서는 준비가 안 되었었다. 9.11 테러를 상기할 때마다 이것이 미국의 숙제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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