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통령선거당시 조셉 리버맨(왼쪽)과 엘 고어 (오른쪽)

2000년 미 대선전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앨 고어’는 자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커네티컷 출신의 유태계 상원의원인 ‘죠셉 리버맨’을 지명했다. 이에 대한 한국이나 한인사회의 언론에서는 연일 유태계들의 정치적인 파워를 언급했다. 정작 워싱턴의 평가는 “그가 유태계임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다”고 하는데도 한국의 언론은 달랐다. 미 전체 인구의 3%(당시)도 안 되는 쥬이시 어메리칸들이 드디어 부통령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유태계들의 힘을 얻은 ‘앨 고어’의 대통령 당선은 시간문제라고 까지 하면서 유태계의 파워에 연일 경탄을 금치 못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만일에 프로리다 법정에서의 대선결과 판정이 고어의 승리로 났다면 미국내 유태계에 대한 한국 언론의 평가는 사실로 규정되고 한인들은 그렇게 믿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달랐다. ‘앨 고어’후보가 죠셉 리버맨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자 전국의 유태계 지도자들이 워싱턴과 커네티컷에 모였다. 벌써 유태계 부통령이면 다수인종으로부터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유태인정치인 보다는 유태계 전체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확고한 공동체적 입장이다. 당시 고어가 리버맨을 선택한 것은 클린턴 성스캔들 당시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의회단상에서 공개적으로 클린턴을 비난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고어의 클린턴과의 차별화전략에 적합했고 부통령 후보군 중 가장 보수적인 리버맨을 선택함으로써 공화당의 중도적인 표를 공략하려는 선택으로 밝혀졌다. 유태계들의 아주 정교하고 세련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론와이든 현 오레곤주 상원의원

유태인들의 집단적인 전략의 핵심은 선거참여다. 투표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인을 지원하는 일에 더 집중한다. 그들은 우선, 친유태계(이스라엘)의 현역의원을 지원한다. 여기엔 공화,민주의 당파적인 구분이 없다. 심지어는 유태계출신이 후보로 나왔다 하더라도 철저하게 유태계커뮤니티의 이익을 전제로 지원기준을 삼는다. 필자가 에이팩(유태계공공정책위원회) 사무총장과의 인터뷰에서 “ 신뢰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당신이 만약에 우리의 요청을 들어준다면 다음 선거에서 우리형제나 부모가 당신 지역구에서 출마한다 해도 당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 실천 합니다 ”라고 밝혔다., 이들은 친이스라엘 정치인이 유태계의 도전을 받아 고전할 경우 유태계의 덕망 있는 인물을 후원회장으로 내세워 유태계에서 선거자금을 모으는데 앞장서게끔 한다. 때로는 유태계후보를 주저앉히기도 한다. 1986년 유태계의 ‘론 와이든’ 하원의원이 공화당의 ‘밥 팩우드’상원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유태계들은 “론 와이든‘의원을 설득해서 주저 앉혔다. 팩우드 의원은 어려울 때에 이스라엘의 친구였다는 이유 때문이다.

매년 열리는 AIPAC의 컨퍼런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하고 있다. AIPAC이 얼마나 미국에 영향력이 큰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한인동포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인하여 한인밀집지역의 정치적인 영향력이 크게 성장했다. 뉴욕의 후러싱과 뉴저지의 버겐카운티에선 한인유권자가 잘 결집되었고 투표율도 높다. 한인사회에 대한 선출직 정치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뉴저지에선 민주, 공화 양당이 한인사회의 표심을 사려고 경쟁이다. (태평양전쟁당시)일본군의 강제 종군위안부에 관련한 문제가 한인들의 주된 관심사인줄 알고 지역정치인들 사이에 아시아관련 역사공부의 열풍이 불었다. 경쟁적으로 일본을 성토하기도 한다. 2010년 시민참여센타가 뉴저지 펠팍에 일본군강제종군위안부기림비를 세웠다. 당시 관심을 촉구하느라 하소연에 가깝게 참여를 요청해도 그 반응이 (심지어는 한인정치인도)냉랭했었다. 한인커뮤니티의 가장 민감한 뉴스거리가 되자 지역의 정치인들이 서로 앞 다투어서 여기를 찾아온다. 지난해 선거 때엔 펠팍의 기림비가 그들의 선거용품이 될 정도였다. 펠팍이 민주당지역이라 위안부이슈나 기림비가 민주당의 전유물이 되었다. 공화당계 한인들이 기림비를 건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인권의 문제가 당파적인 도구로 전락될 위기였다. 2007년 연방결의안을 위기로 몰아갈 위험천만의 일이었다. 다행히 동포사회가 범동포적으로 나서서 카운티에 초당적인 차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림비를 건립하게 되었다. 한인사회가 한인정치인들보다 수준이 높음을 입증한 일이다. 기림비가 당파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라는 강력한 멧세지가 아닐 수 없다. 정치력이 성장한 한인사회의 성숙한 모습이다. 한인정치력이 한인정치인을 리드해 나가는 현상이 분명하다.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론 킴 의원

지난해에 뉴욕은 한인사회의 정치력신장에서 그야말로 큰 성취를 거두었다. 한인정치인과 한인정치력이란 부분에서 동시에 경쟁력을 확보한 “론 김”이 뉴욕 주하원에 진출했다. 그는 한인사회에서도 어필했고 민주당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었다. (그동안 그 지역에선 한인정치인으론 당에서 밀렸고 당내에서 경쟁력이 있으면 한인정치인으로 밀렸었다 ) 올해는 뉴저지선거다. 뉴저지 버겐카운티에서 한인정치인을 내려면 철저하게 ‘론 김“을 배워야 한다. 정치인에게 가장 민감하게 작동하는 것은 표심이다. 한인들의 표심은 한인커뮤니티의 이익이지 한인정치인이 아니다. 뉴저지의 한인표는 소수지만 결집되었다. 그리고 한인후보라고 무조건 지지하기엔 한인사회가 크게 성숙했다. ”한인정치인이 없는 것만 못하다“라는 민심이 없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한인밀집지역의 정치적인 일차 목표는 한인정치인이 아니고 한인들을 위하는 정치인이다. 한인들의 수준이 유태계들의 방식에 충분히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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