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경제성장이 유례가 없는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불과 40년전 만 하더라도 동아시아(일본을 포함)가 전 세계 총생산에 기여하는 비율은 겨우 4% 정도에 불과했다. 이것은 북미 지역이 차지하던 약40%의 비율에 비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시점에서 볼 때, 두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25% 정도로 동등해졌다. 아시아의 성장속도는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경제학자들의 지적에 따르면 산업화로 비상하는 단계에서 영국은 50년이 걸렸고 미국은 1인당 GNP를 배가하기까지 거의 50년이 걸린 데 비해, 중국과 한국은 불과 10년 만에 똑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 지역적으로 어떤 거대한 분열이 발생하지 않는 한 20년 내에 아시아는 전 세계 총 GNP에서 북미와 유렵 모두를 능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가는 것과 동시에 정치적 휴화산으로 남아 있다. 아시아가 경제발전의 측면에선 유럽을 능가하고 있지만 정치발전에는 커다란 결함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유럽에서처럼 민족적이거나 인종적, 혹은 영토적인 분쟁을 희석, 완화 시킬 수 있는 다변적인 협력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정월,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전략 지침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미국 경제와 안보 이익은 서태평양에서부터 동아시아, 인도, 남아시아에 이르는 원호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세력균형을 재조정(rebalance)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을 치르면서 걸프만에 집중해 왔다. 미국 안보에 가장 민감했던 북한의 핵 문제도 중국에 맡겼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등을 치르며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미국과 가까운 일본은 장기적인 불황을 겪으며 경제력이 추락한데다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까지 당하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급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그 동안 가벼이 여겨온 동북아시아에 집중하겠다며 재조정을 거론한 것이다. 미국의 항공모함 전력은 과거처럼 유지하지만 순양함과 구축함 등 여타의 군사 전력은 과거에 비해서 6:4의 비율로 동북아시아에 더 투입하겠다고 아주 노골적으로 밝혔다. 이 결정은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동북아시아는 그리 넓지 않은 서태평양이란 바다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다. 중국, 일본, 한국이 그 주변의 중심국가다. 오바마 대통령의 동북아시아의 재조정이란 선언에 자극을 받은 한국. 중국. 일본이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갈등과 충돌을 양산하고 있다. 대륙국가인 중국은 대양으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의 경제발전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공업품 생산과 무역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바다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해군사령관인 ‘류화칭’은 중국이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고 선언한 “도련”선언이다. 일본에서 대만, 필리핀을 잇는 선까지 중국해군이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고 하고, 그 다음에 괌과 사이판으로 이어지는 바다의 질서가 중국책임이라고 하는 말이다. 일본은 한 수 더 떴다. 그들은 평화헌법에 따라 침략은 하지 못하고 방어만 할 수 있는데 방어를 위해서 공격을 하는 영역을 일본 영토 기점에서부터 1000해리까지 설정했다는 억지를 공표했다. 최근 요미우리 산케이에서 단골로 올리는 “1000해리 전수방위”전략이다. 올해에 들어서는 그 거리에 관계하지 않고 그냥 전수방위라고 공격적이다. 한국의 인근바다를 포함한 일본으로부터 동쪽은 그들의 영역이다. 일본 자위대에선 군사전략용어로 “동적 방위”라고 하면서 범위를 넓힌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구호는 “대양해군”이다. 이러한 세력판도를 넓혀 나가는 팽팽한 기 싸움에서 한국 해군은 이지스함을 건조하고 헬기가 탑재하는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을 건조했다. 그리고 기동함대를 창설하고 그 본부를 제주도에 설치하는 작업이 제주기지 건설이다.

중일 수교 40년 동안 조용하던 중국이 센가쿠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일본의 실효지배인 센카구를 분쟁지역으로 문제화 시켜서 센가쿠에 전선을 만들어 일본이나 미국함대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중국의 속셈을 모를 리 없는 일본과 미국은 절대로 센가쿠를 전선으로 삼지 않고 실효지배권만 강화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한국의 요청을 빌미 삼아 중국연해에 더 깊숙이 들어와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강행했다. 모든 사건의 저변엔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봉쇄의 군사전략이 깔려있다. 중국의 대양진출을 위한 발버둥이 강해질수록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묶어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 해군은 미국을 제외하고 미국식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한 세계 유일한 나라다. 일본해군 그리고 한국해군을 하나로 묶으면 충분히 중국의 진출을 누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미국의 의도는 한국에 먹히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협정을 맺게 했지만 한국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지난해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함으로써 일본보다는 오히려 미국을 놀라게 했다.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에 큰 차질이 생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100년 전 동북아 정세 변화에 넋을 놓고 있다가 식민지로 전락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역고 1조 달러를 돌파하고 300억 달러 이상의 국방비를 쓰는 강국 한국이다. 더구나 세계 최강의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한국계 미국시민이 200만이다.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는 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다만, 미주한인들이 동북아시아의 동향과 전망에 깨어 있으면서 한미관계의 틀 거리를 튼튼히 부여잡아야 할 일이다. 전략적 지도력이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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