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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시디의 “악마 의 시”]의 유령 – 김동석

by kace

 

   소설에 두 남자가 등장한다. 한 사람은 직업이 배우인 ‘지브릴’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성우인 ‘살라딘’이다. 이 두 사람이 우연히 비행기 사고를 당하게 되고 둘 다 기적적인 생존 이후  ‘지브릴’은 이상 현상으로 머리에 후광이 생기는 일종의 천사증후군이, ‘살라딘’은 역시 이상 현상으로 인간의 외형이 사라지고 염소로 탈바꿈하게 되는 끔직한 유전자 변이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사고 후 두 사람의 인생길이 예상하는 것처럼 신(머리의 후광)과 악마(염소)로 갈리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이 웃긴 것은 머리후광의 천사증후군이 있는 ‘지브릴’에 의해서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하마드]가 조종되었다는 설정이고 오히려 악마로 탈바꿈한 ‘살라딘’이 인간의 참사랑을 갈구하도록 한 설정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극을 달리는 인물의 설정이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최종적 운명은 천사 ‘지브랄’의 타락과 자살. 반대로 악마 ‘살라딘’의 회심과 회복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교와 인간이 투쟁해서 비겁한 결과물을 양산하는 광경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저자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마드]가 정책적 실패를 반복하는데 그것은 타락한 천사인 ‘지브랄’의 혼동의 결과라고 제시한다.

작가는 이슬람의 창시자 무하마드를 ‘악마’로 비유하고 이슬람 신도들이 매일 보는 경전인 “코란”을 ‘악마의 시’라고 비유하고 있다. 더욱이 무하마드의 열두 아내를 ‘창녀’라고까지 묘사해서 이슬람인들의 반감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머리를 가린 어머니들이 사랑하는 아들들을 거리의 행렬 속으로 밀어 넣는다. 가거라! 가서 순교자가 되어라,  필요한 일로 목숨을 바쳐라.” 어떤 사람이 종교를 이용해서 세상을 악마의 소굴로 만들어 낸다는 우려의 경고가 작가의 저작 의도다. 작가는 소설에서 종교를 이용하는 사람으로 이란의 ‘호메이니’를 상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유명한 인도계 영국인 소설가 ‘살만 루시디’의 소설 [ 악마의 시: The Satanic Verses ]다.  루시디는 소설 [악마의 시]로 휘트브레드(영국 최고권위의 문학상)상  소설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종교적 신념과 광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면에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격렬한 비난을 받다가 마침내 1989년 이란 정부에 의해서 사형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당시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툴라 호메이니’는 무하마드를 불경스럽게 모독했다는 이유로 테헤란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 루시디를 제거하라 ”는 파트와(Fatwa:종교칙령)를 공개적으로 내렸다. 1백만 달러의 현상금도 내걸었다. 동시에 이란은 영국과의 외교를 단절하기도 했다.

1991년 루시디의 소설을 번역한 이탈리아의 번역가가 습격을 받았고 일본의 번역가가 살해당했다. 루시디의 소설을 판매하는 전 세계의 서점들은 빈번한 폭탄 테러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국에도 이 책이 2001년 번역되었지만 번역가의 신상을 공개하지 못했다. 이란 정부는 1998년 호메이니가 사망하고 나서야 영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 공식적으로 루시디에 대한 사형선고를 철회했다. 그러나 이슬람 과격세력들은 여전히 루시디의 목에 3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어놓고 있어 그의 사형선고는 유효한 셈이다.

이슬람 강경세력의 테러 위협을 느낀 루시디는 그간 영국과 미국을 넘나들면서 운둔과 도피 생활을 해야만 했다. 2004년엔 미국의 뉴욕으로 건너와서 세계작가단체인 펜클럽 미국본부 회장이 되었다. 2007년 영국은 루시디에게 그의 문학 분야의 공로를 인정해 작위를 수여했다. 영국의 작위 수여에 대항해서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은 알카에다를 이끄는 ‘오사마 빈 라덴’ 과 탈레반을 이끄는 ‘물라 오마르’에게 “경(Sir)"의 칭호를 내리기도 했다.

 

  미국인이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마드’를 모욕하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14분 분량의 예고편이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서 전 세계에 방영되자 아랍의 이슬람권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하마드’가 여자만 밝히는 얼간이, 아동학대자, 잔혹한 살인자로 묘사한 영화다. 전 세계 이슬람권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리비아의 미국 영사관이 공격당하여 미국 대사를 포함하여 4명이 숨졌다. 하루 만에 이집트가 반미시위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으며 영화의 예고편이 온라인에 올라간 지 사흘도 채 안되어서 레바논, 수단, 예멘, 수단, 그리고 튀니지로 번졌다. 문제가 된 영화를 제작한 사람이 이집트계인지, 이스라엘계인지, 그리고 유태교도인지 기독교도인지. 아직 분명치가 않다. 미국인이 미국에서 만들었다는 것만이 분명하다. 전 세계의 미국공관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으며 어처구니없게도 지구상에서 ‘미국인’이란 신분이 가장 위험한 처지가 되었다. 

 

  국경분쟁이나  국익충돌로 인한 전쟁이면 ‘협상과 휴전’이란 옵션이 있고,  힘의 우열로 적의 전쟁의지를 꺾으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선악(종교)의 대결을 벌이는 경우라든지  혹은 미워하기 때문에 전쟁을 벌이는 경우엔 전쟁 과정에 협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어떤 신도 악과 타협하라고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미움과 증오와 같은 격한 감정이 행동기준이 되어 버린다. 그야말로 ‘새로운 전쟁의 시대’라고 할만하다. 이 새로운 전쟁은 공세적, 만성적, 도덕적 전쟁이며 끝장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전멸(Annihilation)의 전략만 있을 뿐이다.

일찍이 ‘사무엘 헌팅턴’교수가 주장한 문명충돌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 자비, 용서, 화해, 관용 ]이란 말이 절대로 추상적인 철학용어가 아니고 이제는 가장 구체적인 실용적(?) 전략용어다. 누가 아니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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