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무부가 국제수로기구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할 것을 권한 것으로 인해, 동해 표기 문제가 한인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여러 단체들이 이에 반발하고 또 일부지역에서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동해”라는 이름을 “일본해” 대신 사용하거나 적어도 병기해야 한다는 주장들의 대부분은 한국측에서 제공하고 있는 학술적인 근거, 즉 고지도의 표기를 근거로 들고 있다. 이것이 더 오래된 이름이고, 오랫동안 사용하던 이름이기 때문에 동해로 사용해야 한다. 또는 일본이 식민지 시대에 추진해서 바꾼 것이기 때문에 바꾸어야 한다 등의 주장들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모여서 동해 지명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리들은 풀뿌리 활동에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접근법이다. 정치 세계, 특히 국제정치는 힘의 논리가 아주 강하게 적용되는 곳이다. 명분 또는 학술적 근거도 중요하지만 힘의 논리가 우선하는 경우도 많다.  

 

많이 쇄약해지기는 했지만 미국은 아직 세계 최강국이다. 경제적으로는 좀 약해졌지만, 군사력은 세계 최강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일본해의 단독표기를 국제수로기구에 권장한 것은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책임이 크기도 하다. 왜냐하면 미국의 시민인 미주 한인들이 그 누구보다도 미국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고, 그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정당한 논리로 반박을 하고, 우리 대표자인 와싱톤의 정치인들을 움직인다면 충분히 그 입장을 바꾸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논리로 접근을 해야 할까? 동해가 오래되었으니 동해로 써야 한다. 누가 더 오래 되었는가, 또는 누구의 표현이 더 맞는 것인가 등의 싸움은 이 이슈를 정치적인 논의 밖의 것으로 규정하게 하고 만다. 즉 정치적 논의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 공정한 판결 또는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주제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럴 경우 누가 더 많은 자료를 갖고 있느냐의 싸움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을 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강하게 작동할 논리가 있다. 바로 미국이 잔혹한 제국의 폭정에 반기를 들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국가로 세워졌다는 것이며, 과거 세계 대전을 통해 전체주의적인 제국들과 대항에 전쟁을 치루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주요 가치중의 하나가 바로 자유민주주의이며, 인권,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이 사회적 가치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고쳐부르는 것은 과거 일본이 식민지 지배 시에 식민지의 사람들의 토착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는 개인의 이름마저 일본식으로 바꾸라고 강요한 것과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점령지역에서도 일본어를 강요하고 사람들은 일본 이름으로 바꾸도록 강요되었다.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일본인들은 치밀하게 일본해라는 이름은 과거 식민지배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일제가 문화를 말살하고 이름까지 변경하도록 강요하던 1930년대부터 일본해라는 이름이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의 이름마저 바꾸도록 강요한 일본의 전체주의는 “일본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고 있다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 특히 정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관의 이슈”가 된다. 즉 일본해라고 부르는 것은 과거 군국주의 일본이 시행한 전체주의적 정책을 현재까지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전체주의에 대한 반발은 미국 사회 전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심지어는 미국 시민권을 받을 때도 “과연 이 사람이 외국의 전체주의 정부를 옹호한 적이 있는가”가 중요한 고려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미국의 사회적, 정치적 가치관과 배치되는 “일본해”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논리들이 있고, 그 논리는 우리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야 한다. 고지도를 모으고, 여러 문서에 동해를 병기하게 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풀뿌리 운동을 통해 미국의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논리가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그 사회의 중요한 가치관과 관련된 이슈로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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