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백 여년 전인, 1808년에 세계 복싱 헤비급에 최초의 흑인 챔피온이 탄생했다. 인종 차별의 서슬이 시퍼렇던 20세기 초반 온갖 시련과 백인들의 방해 공작을 무릅쓰고 흑인 복서 ‘잭 존슨(jack johnson)”이 챔피온에 올랐다. 당시 복싱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고 헤비급 챔피온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나 다름 아니었다.

당시 잭 존슨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웃복싱이란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했다. 레프트 잽을 견제가 아닌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복싱이었다. 단순히 한 방에만 의존하던 당시 헤비급 복싱 스타일에 비하면 가히 혁명적인 기술이었다. 하지만 당시 백인 어느 누구도 흑인이 지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잭 존슨은 당시 세계 헤비급 챔피온인 인기절정의 백인 복서 “토미 번즈’를 집요하게 따라 다니면서 경기를 원했다. 마침내 토미 번즈는 호주에서 경기를 하는 것으로 도전을 받아 들였다. 번즈가 존슨의 경기를 받아들인 것은 순전히 토미 번즈가 건방진 흑인 잭 존슨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것이란 백인들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결과 잭 존슨의 일방적인 14회 KO승이었다. 당시 호주 경찰은 흑인이 백인 챔피온을 짓밟는 사진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사진기자들의 카메라를 모두 압수하기도 했다. 백인 기성세력은 존슨을 이길 수 있는 위대한 백인의 희망(Great White Hope)을 찾아 나섰고 그로부터 2년 뒤 전 세계 타이틀 보유자였던 짐 제프리스가 은퇴에서 돌아와 존슨과의 타이틀전을 치렀다. 하지만 제프리스는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존슨에게 무참하게 패배했다.

백인복서의 패배는 백인들에 의한 죽음의 폭동으로 이어졌다. 그 폭동으로 흑인 20여명이 백인들에게 맞아 죽었다. 존슨은 백인사회 공공의 적 1호가 되었다. 존슨 역시 백인에 대한 증오를 감추지 않았다. 백인을 조롱하는 독설을 내 뿜었고 백인 도전자들을 때려눕힌 뒤에는 마치 곰 사냥을  끝낸 듯한 포즈로 백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미국의 백인 사회가 그를 법적으로 몰아갔다 (존슨에겐 혼외정사의 또 다른 백인 여성 있었다. 당시 부녀자를 부도덕한 목적으로 주경계선을 넘어가면 불법으로 간주하는 법령인 이른바 ‘맨 법령(Man Act)이 있었는데 이 법을 어긴 죄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

백인 여성과 결혼한 것을 빌미로 일방적인 유죄 판결 끝에 체포령을 내렸고 존슨은 해외를 도피하며 방어전을 치러야 했다.  백인 아내의 자살, 재정적인 파탄 등 위기에 놓인 존슨은 마침내 백인 도전자 제시 윌라드에게 패해서 타이틀을 빼앗겼고 10개월 감옥형에 합의하여 돌아와 복역했다. 그는 출옥 후 복싱계에 재기하려 했으나 결국엔 실패하여 참담한 노년을 보내다가 1946년 68세 나이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유명한 영화감독인 ’켄 번스‘의   [용서 할 수 없는 흑인: 잭 존슨의 흥망성쇄 ( Unforgivable Blackness: The Rise and Fall of jack Johnson)] 란 다큐멘타리가 바로 이  존슨의 이야기이다.

  지난 4월1일 오전 11시에 워싱턴DC 연방의회 기자회견장(Press Room)에 지난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나타났다. 좌측에는 불운의 복서 잭 존슨의 두 딸과 그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든 켄 번스 감독을, 그리고 우측에는 복싱 매니아로 알려진 롱아일랜드 출신의 연방하원의원인 피터 킹(공) 의원을 대동했다.

맥케인 상원의원은 흑인인 바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설적인 흑인 복서 (the legendary black boxer) 잭 존슨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고 나섰다. 맥케인은 존슨의 사면을 요청하는 결의문에서 “조작된 혐의로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그러한 인종차별 법은 폐지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잭 존슨을 사면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이날 맥케인 의원이 공개한 결의문의 내용에는 존슨의 경력과 명성이 인종적 동기에 의한 유죄판결로 왜곡 되었다고 했으며, 복싱 링에서의 성공과 백인 여성들과의 관계가 백인들로 하여금 그를 중상모략 하게 했다는 것을 강하게 지적했다.

  단지 흑인이란 이유로 치욕스런 형벌을 받아야 했던 존슨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은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족쇄를 풀고 피부색에 의해서 인격이 결정되지 않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흑인사회에서는 잭 존슨이 단지 백인과 사귀었다는 이유로 단죄 되었다며 끊임없이 사면을 주장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엔 지난해 선거전에서 흑인대통령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렸던 존 맥케인 의원이 나섰다. 맥케인 의원은 1983년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을 국가 공휴일로 정하는 법안에 반대 했었는데 그 후에 공개적으로 그렇게 한 것을 후회 한다고 까지 했던 정치인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진정과 용기를 갖고 있는 맥케인 의원의 정치적인 리더쉽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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