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두 개의 신문을 들라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다. 종이매체인 신문이 온라인 매체에 점점 독자들을 잃고 있다지만 두 개의 신문이 아직까지 미국사회의 총체적인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두 신문에서 고정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사람을 한명씩 들라면 뉴욕타임스의 ‘데이빗 부룩스(David Brooks)’와 워싱턴포스트의 찰스 크로서머(Charles Krauthammer)이다. 이 두 사람은 양대 신문의 고정칼럼을 통해서 미국내 지식인 사회의 보수주의를 옹호. 방어 하고 있다.

데이빗 부룩스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미국 내 유태인사회를 부시 쪽으로 완벽하게 이끌어 내는 칼럼을 써댔다. 찰스 크로서머는 일본을 핵 무장 시켜서 중국과 북한을 제압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했던 극 보수 강경주의자다. 찰스 크로서머는 6자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이 짜고 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 북한의 핵이 미국에 악몽이듯이 일본의 핵무장은 중국에 악몽이다. 그래서 일본의 핵무장은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제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극 보수 논객으로 위의 두 사람을 능가하면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 둘 더 있다. 네오콘 구룹에서 어둠의 왕세자로 불리우며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인 윌리엄 크리스톨과 신문이나 방송 등 유명 언론매체를 넘나들면서 보수주의를 강변하는 역시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지 윌(George Will)’이다. ‘조지 윌’은 자신이 레이건 주의자라고 불리어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보수논객이다.

이들 정상의 보수논객들은 지난 2008년 대선기간동안 흑인대통령에 대한 불안감을 유포시키는 컬럼을 쓰는가 하면 오바마의 가치관에 대한 우려와 오바마의 경제정책이 시장경제의 본질을 위협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주의 주류 논객들의 오바마에 대한 파상공격은 지난 9월14일 월스트릿의 붕괴를 부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시인을 했음에도 이어졌었다. 오바마 진영에선 이들의 이러한 주장을 코메디 수준으로 무시한다고는 했지만 중남부지역 내 보수성향의 국민여론을 내심 걱정하기도 했다.

취임식 일주일전인 지난 13일 밤에 워싱턴시내에서 정상의 보수논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옷맵시가 깔끔하기로 소문난 ‘조지 윌’이 호스트가 되어 자기의 집으로 이들을 초청했다.  공화당 우파들의 합창을 기대해도 될 법한 사람들이 모였다. 윌리엄 크리스톨(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과 CNBC의 정치해설위원인 래리 커틀로우(Larry Kudlow), 그리고 뉴욕타임스의 데이빗 부룩스, 워싱턴포스트의 찰스 크로서머, 리치 라우리(Rich Lowry) 내셔널 리뷰 편집장등이다.

이 모임이 비밀리에 마련이 되었지만 세상에 화제 거리가 된 이유는 이들 정상급 보수논객들의 합창을 감상하려고 오바마가 예고 없이 찾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호랑이굴로 찾아 들어간 격이다. 한국식으론 노무현이 조갑제를, 이명박이 진중권, 유시민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어느 방송앵커는 이 뉴스를 보도하면서 1970년대 닉슨이 마오쩌둥을 찾아간 것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X세대의 오바마다운 행동이다. 기가 막힌 발상이고 타이밍 또한 좋다.

  오바마는 당선직후부터 내내 ‘경제 살리기’에 골몰했다. 자신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반드시 반대파를 끌어 들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틈만 나면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하원외교위원회의 공화당 수장인 로스 렛트넨 의원은 누군가의 장난전화인줄 알고 무시해 버려서 이야기 거리가 되기도 했다.

오바마는 지난해 11월4일 당선직후부터 언론을 통해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줄기차게 “미국의 통합과 단합”을 호소했다. 국민과 정직하게 소통하고 초당적인 입장을 지키겠다고 했다. 경제위기 극복의 선결조건은 국민통합 이란 인식이 분명했다. 정직하게 국민과 소통하고 당파를 초월해서 통합적인 리더쉽을 갖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야당(공화당)의원들에게 자신의 진정(진심과 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라고 반대하는 야당을 묵살하는 방식으론 난국타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설득과 타협”을 결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첫 출근에선 간단한 기자회견 후에 집무실의 문을 걸어 잠갔다. 하원세출위원회 소속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그것도 공화당의원들부터 간곡하게 설득을 했다. 회의 첫날 하원세출위원회는 정부의 경기부양특별 법안을 통과 시켰다. 상원에선 클린턴재단의 돈 문제를 거론해서 지연 시키던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임명동의안도 통과 시켰다. 오바마의 초당적인 리더쉽이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미국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어려운 상황만큼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냉정하게는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냉정한 현실인식을 확인할  때마다 안도는 하지만, 여하튼 분명한 것은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성공하는 일은 유색인종들에겐 자자손손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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