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y

2009년 3월19일 필자와 한국에서 온 13명의 지방의원들은 버겐 카운티(Bergen County)를 방문하였다. 행정장과의 간담회도 재미있었거니와 특히 각 파트의 국장들이 직접 나와서 자기 분야 행정 전반에 대해서 소상이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기회를 얻었으니 정말 운이 좋았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을 몇가지 소개한다.

“아! 카운티 정부란 것이 이렇게 운영되는 구나.” 느끼시기 바란다.  

70개의 Municipality가 모여 구성된 버겐 카운티(Bergen County)는 인구가 100만명으로 뉴저지주에서 가장 크며, 미국 전체로 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카운티이다. 전체 재정규모는 4억7700만 달러이고 이중 4억 달러 정도를 지방세 수입을 통해 자체 조달하며 나머지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보조금 등으로 충당한다.

이 예산의 일부로 1개의 형무소와 지역대학(Bergen Community College) 그리고 7개의 학교를(Municipality에서 운영하는 초중고교와는 다른 특수목적의 학교. 예를 들면 버겐 카운티 기술 학교 등.)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행정장(Executive)이 행정을 수반하고, 7명의 의원이(카운티 정부에서는 의원을 Freeholder라고 부른다. 연방정부의 상원 의원과 하원 의원, 주정부의 상원 의원과 하원 의원, 카운티의 의원, Municipality의 의원을 부르는 이름이 다 다르다. 처음에는 얼마나 헷갈렸는지…) 입법부를 구성한다.  

이들 외에도 헌법적 공무원이라고(Constitutional Officers. 아마도 주 헌법에 언급된 직위들인 듯하다.) 해서 카운티 서기(County Clerk. 카운티의 등기 관리, 여권 발급, 선거 업무, 카운티 정부에서 관할하는 모기지 기록 관리 등을 총괄한다.)와 보안관(Sheriff. 1,000명에 달하는 형무소의 관리, Municipality의 경찰 업무 지원, 버겐 카운티 법원에서 벌어지는 재판 과정의 안전 책임, 기타 지역 보안에 관한 포괄적 홍보와 교육 등을 담당한다.) 그리고 유언검증판사(Surrogate)와 검사장(Prosecutor)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독자적인 기관들이다. 이중 검사장만 주지사가 임명할 뿐 나머지 3개의 직위는 행정장이나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선거를 통해 선출되기 때문에 그 독자성을 보장받는다.  

카운티 정부는 많은 Authority(청), Agency(국), Commission(규제위원회)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적으로는 보건부, 공공사업부 등 8개의 부서로 구성된다. 이들 부서의 장들은 행정장이 임명하고 의회의 승인을 거치며, 행정장과 의원들의 정책 방향에 따라 공무원이 아닌 외부 인사를 임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날 우리와 함께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면서 정성껏 브리핑을 해준 사회복지부의(Department of Human Services) 다간국장도 뉴욕시립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다가 4년 전에 버겐 카운티에 왔다고 한다. 카운티와 비슷한 급인 서울시 구청이 비서실의 일부 직원을 제외하면 공무원이 아닌 자를 임용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미국은 훨씬 개방적이다. 이날 참석한 한국의 지방의원들도 시정을 역동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고위 공무원들에 한해 좀 더 개방적으로 임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정무적 성격의 공무원이기 때문에 행정장이 바뀌면 자신들의 거취도 영향을 받게 되는 바, 사석에서는 현재의 행정장이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도록 돕는 것이 그들의 Job Security라고(직업 보장)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공공연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의 정치 문화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듯하다.  


2009년 3월19일 12시40분경 바삐 샌드위치를 먹자마자 사회복지부의(Department of Human Services) 다간국장이 부서 업무 설명을 시작했다. 뉴욕시립대학 교수 출신답게 전혀 공무원스럽지 않은 친절한 강의였다.  

이상이 카운티 정부의 대략적 소개이고 이제부터는 특이한 사업 하나를 좀 자세하게 소개한다. 사업 내용도 의미 있을 뿐 아니라 그 사업이 결정되는 과정, 추진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미국 지방정부가 한국과 무엇이 다른지 그 한 단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버겐 카운티의 인구가 늘어나고 급속히 개발되면서 “개발로부터 미래를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공지를(Open Space) 확보하고, 농지를 유지하고, 공원을 확대하기 위해 별도의 기금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 계획에 의하면 모든 주민들의 재산을(대부분 부동산) 평가하여 그 평가액의 매 100불마다 0.5센트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추가의 세금을 걷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 5년 동안 2000만불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카운티 정부가 재정을 보조하기로 했다. 주가 정한 법에 따라 새로운 세금을 걷는 문제는 주민의 동의가 필요했으므로 1998년 3월3일 선거용지의 Public Question을(매년 있는 각종 선거에서 투표용지에 질문을 적어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주민투표.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작년 기고한 “미국 풀뿌리민주주의 리포트(1) 선거용지를 보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살짝 보인다.” 참조.

http://www.makehope.org/report/thema/brain/researchview.php?id=317&cate_key=0&st=45&srh_key=&srh_value=) 통해 주민투표에 부쳐졌다.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므로 카운티 의회에서 정식 입법과정을 거쳐 “버겐 카운티 공지, 휴양지, 농지 및 역사보호지를 위한 기금(Bergen County Open Space, Recreation, Farmland & Historic Preservation Trust Fund)”이 만들어졌다.  

아직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첫 시도인 만큼 5년 기한의 일몰제로(5년의 기한이 지나면 자동폐기되는 제도) 운영하였는 바,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카운티 정부는 이 기금을 지속하기로 하고 2003년 11월 다시 한번 Public Question을 통해 주민투표를 진행한다. 이때는 좀 더 대담하게 “평가액의 매 100불마다 1센트를 넘지 않는 범위”로 상향 조정하였고 그 대신 카운티 정부의 빚으로 남는 채권은 발행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미 현실에서 이 사업의 필요성을 경험한 주민들은 역시 압도적으로 찬성하였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운용되고 있는 이 기금은 지난 10년 동안 1억1422만불을(이글을 쓰고 있는 2009년 3월29일 환율에 따르면 1543억원 정도 된다. 버겐 카운티 정부가 이 정도의 재정을 들여 하고 있는 일은 “지역을 개발하는 일”이 아니라 “개발로부터 지역을 보호하는 일”이다.) 적립했고 642개의 프로젝트에 그 돈을 사용하였다.  


버겐 카운티의 일명 공지 기금이(Open Space Trust Fund) 성공하자 많은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이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위는 호보켄 파크라는 Municipality에서 주민들에게 보낸 홍보지. 공지 기금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가 있으니 찬성해 달라는 내용. 이 동네에서는 대담하게도 “평가액의 매 100불마다 2센트를 넘지 않는 범위”라는 고율의 세금을 제안했다. 부결되지 않았나 싶은데?  

이 사업의 시행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우선, 한국은 지방세의 세목을 전부 법률로 명시하고 있어 자치단체 스스로 새로운 세목을 개발하거나 부과할 권한이 없다. 이에 반해 미국은 주 정부가 제시하는 가이드 라인을 지키고, 주민만 동의하면 세목과 세율을 비교적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러니 지방정부가 창의성을 발휘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 주민에게 참 많이 물어본다. 일명 “공지 기금(Open Space Trust Fund)” 하나를 만드는 데만 두번의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나는 한국에서 단 한번도 주민투표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중앙 정부건 지방 정부건, 누구를 뽑아 달라는 것 외에 나의 정치적 견해를 물어본 투표를 한 적이 없다.

“선거에나 해라. 그리고는 신경 쓰지 마라. 위임받은 자들이 다 할테니.” 그런 건가?

마지막으로 뭐든지 새로운 것을 시행할 때는 한국에 비해 매우 조심스럽다. 주민이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정책인데도 그 성패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만큼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일몰제로 시행해보고, 그 평가에 기초해서 본격적인 제도화를 추진했다. 그리고 세율도 처음에는 “평가액의 매 100불마다 0.5센트를 넘지 않는 범위”로 낮게 책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카운티 정부가 한시적으로 빚을 져서 충당하다가 사업 추진에 자신이 생기자 “평가액의 매 100불마다 1센트를 넘지 않는 범위”로 세율을 높였다. 뭐랄까 주민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세심하게 노력한다고 할까? 눈이 주민에게 가 있다고 할까?  

자, 이제 마지막으로 카운티 정부의 정치행정 유형에 대해서도 잠깐 알아보자. 뉴저지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가 없어서 뉴욕의 카운티 정부 구조로 대신한다. 그림을 보시라. 카운티 정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용어 해설(ABC 순)

ADMINISTRATIVE ASSISTANT : 행정보좌관

AUDITOR : 회계감사관

CLERK OF LEGISL. : 입법서기(입법부의 각종 자료를 관리)

COMMUNITY COLLEGE : 지역대학(보통 2년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대부분 입학이 가능하며 교육비가 매우 낮다. 가난한 학생이 지역대학에서 실력을 쌓아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며, 또 지역사회에 평생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

CORONERS : 검시관

COUNTY ATTORNEY : 카운티 법률관

COUNTY CLERK : 카운티 서기(각종 등기, 선거 관리, 여권 발급 등의 업무 등을 맡는 선출직 사무관)

COUNTY LEGISLATIVE BODY : 카운티 입법부, 즉 의회

COUNTY MANAGER(Employed by Legislative Body) : 카운티 매니저(의회에 의해 임명됨. 행정이나 경영에 유능한 자를 매니저로 고용하여 행정 전반을 관리하도록 하는 미국 고유의 체제. 매니저는 선출직이 아니므로 시정을 책임지지는 않으며 다만 의회가 정한 행정 방향에 따라 행정을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함. 뉴저지에는 행정수반인 시장을 선출하고도 매니저를 따로 임명하는 Municipality도 많음.)

DATAPROCESSING : 자료처리관

DISTRICT ATTORNEY : 검사장(선출직으로 경찰 및 수사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를 책임짐)

ELECTED OFFICIALS : 선출직 공무원들(미국은 시장, 의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위의 공무원을 선출함)

EXECUTIVE : 행정장

FUNCTIONAL COMMITTEES : 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들(의회중심형에서 입법역할뿐 아니라 행정수행역할까지 겸하는 의회의 위원회들을 지칭함)

LEGISLATIVE COMMITTEES : 의회의 각종 위원회들

OPERATING DEPARTMENTS & AGENCIES : 각종 부서와 행정청들

OTHER AGENCIES, OFFICIALS, BOARDS, COMMISSIONS, ETC. : 기타 행정청, 사무소, 위원회들

PURCHASING : 구매관

SHERIFF : 보안관

SPECIAL BOARDS & COMMISSIONS : 특별위원회와 규제위원회

TREASURER : 재무관

VOTERS : 유권자

유형 1) 의회중심형

이 유형의 카운티 정부에는 별도의 행정 수반이 없고 의회만 있다. 의회가 입법과 행정을 모두 책임진다. 따라서 의회에 행정기능까지 떠맡는 FUNCTIONAL COMMITTEES가 설치된다. 우리는 미국이 대통령중심제 국가로서 행정수반 중심의 정치 전통이 강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거의 모든 레벨의 정부에서 의회의 힘이 매우 강하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선출직 공무원이 참 많다는 것이다. 행정장과 의원은 물론이요 검사장, 재무관, 보안관, 카운티 서기, 검시관까지. 검시관을 선출한다니 조금 우습기까지 하다. 사건사고가 많았던 미국 건국 초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만든 직책인 듯하다. 여기는 대표적인 것만 언급했을 뿐이며 뉴욕시의 경우는 공익옹호관과 감사원장도 선거로 뽑는다. 이렇게 각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선출직의 종류와 수를 스스로 결정한다. 한국이 인구수에 따라 정해지는 의원과 시장만을 선출하는 것에 비하면 참 많이 뽑는다. 미국 국민들 참 좋겠다.  

유형 2) 카운티 매니저형

역시 선출된 행정 수반이 없는 유형이다. 다만 행정 규모가 커지고 서비스의 범위가 넓어져서 의원들이 행정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생기자 카운티 매니저라는 전문 관리자를 두었다. 카운티 매니저는 의회에서 임명한다. 따라서 이 유형에서도 여전히 의회가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유형 3) 카운티 행정장형

선출된 행정장을 두는 유형이다. 버겐 카운티가 바로 이 유형이다. Mayor가(시장) 시를 대표하는 자라는 의미를 갖는 명칭이라면 Executive는(행정장) 3권 분립에 기초해서 행정부만을 대표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영어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를 보통 Executive, Legislative, Judicial이라고 표현한다.) 재밌는 사례가 있다. 한국에서 13명의 지방의원들이 버겐 카운티의 행정장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실무자가 정색을 하며 행정장과 의원은 같은 급이기 때문에 행정장에게만 선물을 전달해서는 안된다, 7명의 의원들에게도 선물을 주든지 아니면 아예 준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또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지역 대학(Community College)이 의회 산하 기구로 되어 있다. 그 이유와 의미에 대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다만 의회의 권한이 매우 세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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