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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사 스캔들의 교훈과 선거. – 김동석

by kace

  <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거대한 미국 기업의 회계 부정 사건이 터져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9.11 테러가 났고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이다. 이라크를 공격해야 하는가에 모든 미디어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폴 오닐’ 당시 재무장관이 심각하고 긴급성이 있는 사안이라고 짜증을 내면서까지 보고를 하는데도 관심은 딴 곳에 가 있었다. 오직, 2년 후(2004년)의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려면 이라크 전쟁은 필수라고 강조한 ‘칼 로브’의 목소리만이 귓전을 맴돌고 있던 터였다. “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전 세계에 위대한 미국의 힘을 과시해야 합니다. 그러면 미국역사상 최초의 부자대통령의 신화를 만들게 됩니다.” 라는 사탕발림 유혹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마음이 들떠 있었다. 재무장관의 보고를 검토한 대통령은 여론의 눈이 쏠리기 전의 적절한 수습을 재무부에 명령했다. 당시 ‘폴 오닐’ 재무장관은 월스트릿의 회계 부정사건에 대통령의 한마디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엔 실패했다. 오닐 재무장관은 매주 일요일 아침 TV(Fox News Sunday)에 나와서 사상 최대의 회계부정사건인 ‘엔론사 사태’에 관해서 설명을 했다. 오닐 장관은 자신의 진심인지 아니면 업무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국민들에게 자본주의 묘미라고 이해를 구하면서 엔론사 사태를 “ 사람들은 좋은 결정도 하고 나쁜 결정도 합니다. 그러곤 결정에 대한 대가를 치르거나 열매를 갖기도 합니다.” 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해 대곤 했다.

  거대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파산으로 수 천 명의 직원은 일자리와 평생 모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잃었지만 고위 경영진은 오히려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겼다. 폴 오닐의 말은 틀렸다. 미국 경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은 좋은 선택을 하든 나쁜 선택을 하든 상관없이 부자가 되는 반면에 나쁜 결과는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엔론의 경우 고위 경영진은 자사의 가치를 과대평가했고 회사가 위기에 몰리자 거짓말로 직원들을 안심시키며 연금을 회사 주식에 투자하라고 회계를 조작했고 동시에 주식을 팔지 못하게 규정을 만드는 한편 자신들은 거금을 챙겨서 빠져 나갔다. 엔론이 붕괴하기 직전에 당시 CEO 였던 케네스 레이(Kenneth Lay)는 조용히 지분을 팔아서 11억 달러를 챙긴 것이 밝혀졌다. 주가가 85달러에서 26센트로 폭락하면서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상위 7위에서 하루 만에 파산기업으로 추락했다. 고위 경영진 29명은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총 11억 달러를 현금화 했지만 직원들은 휴지조각이 된 주식을 움켜잡고 거리에서 울부짖게 되었다. 고위층 몇 사람의 사기행각에 직원 수천 명의 저축과 연금과 일자리는 사라졌다. 엔론은 미국에서 그 연줄이 가장 확실한 기업이었다. 조지 부시 가문의 오랜 자금줄이고 아버지대통령, 아들대통령과 가장 오래된 친구집안이다. 워싱턴 정계에 거미줄 같은 인맥을 깔아 놓았으며 딕 체니 부통령과 의회 내 양당의 지도자들에게 정치자금을 정기적으로 상납했다. 조지 부시와 딕 체니는 에너지 계획을 엔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당시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 엔론은 당파를 가리지 않고 돈을 뿌렸기 때문에 상원의 3/4 이, 하원의 절반이 엔론의 돈을 집어 삼켰다고”고 대문짝만한 보도를 했다. 이것은 필자에게 아주 충격적인 의미를 전한 사건이다. 그동안 아무리 거대한 사건이라도 주류사회의 주고받는 놀음이라서 진지하게 들여다보질 않았는데 엔론은 달랐다. 바로, 사회 하부구조의 시민들은 이제부터는 상류층 몇몇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서 일상이 날아간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엔론사 회계 부정사건은 정말로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사회. 경제. 정치적인 약자로 일상을 유지하는 소수 계 이민자인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더 각별하다.  

  필자는 당시 이라크 전쟁보다는 이 거대한 회계부정 사건인 엔론사 사태에 관심이 더 갔다. 집단적인 사기사건이고 권력형 비리스캔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엔론사의 감사가 한인 3세인 ‘웬디 그램’ 이었다. ‘웬디 그램’ 은 레이건때부터 정부의 고위직을 지냈으며 사건이 터질 당시엔 선물거래를 감독하는 선물거래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웬디 그램은 하와이 이민3세이다. 그녀의 남편은 공화당내 가장 강경한 자유방임주의 시장경제론자다. “ 정부의 규제와 참견이 없어져야 기업이 잘 된다.” 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3선의 전직 상원의원이다. ‘필 그램’이 상원 금융위원장으로 있던 1998년과 99년에 월스트릿 거대 금융기업을 위한 모든 법적인 규제가 철폐되었다. 저 유명한 “ 선물계약현대화법 ” 이 바로 필 그램 의원의 작품이다. 그는 그 외의 금융규제 완화법을 주도해서 월스트릿 투자회사들의 영원한 VIP로 대접받았다. 그래서 지금 미국의 경제가 거의 망신창이가 되자, 경제전문 미디어들은 일제히 ‘필 그램’ 책임론을 언급하고 나올 정도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10월3일 ‘7천억달러 금융구제법안의 가결’의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그때, 엔론사 사건이 터졌을 때 정신을 차렸으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것’이라고 중얼거렸다는 뒷이야기다.

20여일 남겨둔 대통령선거전의 최대 이슈는 경제문제이다. 우선은 이 지경이 된 경제정책 실패를 엄격하게 묻고 따져야 할 것이다. 금융대란으로 인하여 장기적인 경기침제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에 양당의 후보는 경제를 살릴 적임자가 서로 자신이라고 우기고 있다. 우선은 거대기업이나 금융회사를 위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정치적 목표인양 밀어 부쳐온 정치세력을 응징해야 할 것이다. 그들 정치인들도 역시 한번 잘못 판단했다고 하겠지만 메인스트릿의 일반 서민들은 일자리가 날아갔고 노후 연금이 사라졌다. 공화당의 존 맥케인 후보는 자신은 경제를 잘 모른다고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을 앞장 세웠다.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은 지난 8월 월스트릿에 노란불이 켜졌다는 경계경보가 미디어에 언급되자 “ 미국은 정신적 침체에 빠진 투정꾼(whiner)들의 나라”란 발언을 했다. 서브프라임 모게지 사태로 인하여 주택을 잃게 될 처지의 서민 주택 소유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존 맥케인은 즉시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나는 그램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서둘러 진화를 했다.
공화당이 목숨을 걸고 주장해 온 작은 정부 규제철폐의 주장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9월18일 5개의 투자은행이 날아가자 부실경영인들은 나라가 망한다고 긴급하게 금융구제(Bailout)를 요청했다. “배 째라”였다 한술 더 떠서 어처구니없게도 그들은 정부는 돈만 내놓고 참견을 말라고 했다. 얼마나 국민(서민)을 졸로 봤으면 그렇겠는가?  일주일이 지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선거전이 경제책임론으로 판세가 결정이 나고 있다. 조지 부시 3기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존 맥케인측이 크게 당황했다. 10월7일, 내쉬빌에서의  2차 후보 토론회에선 무대를 안절부절 오가면서 다혈질의 성징이 아슬아슬 보이기도 했다. 나이가 30여년 아래인 오바마 후보의 침착하고 냉정한 모습에 비교되는 서글픈 광경이었다. 조지 부시와의 거리두기에 얼마나 성공하는가에 승패가 달려있을 듯하다. 전국의 공화당 선출직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부시와의 거리두기에 여념이 없다. 그가 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을 일으켜서 실패를 했고 그로인하여 국가재정을 바닥냈으며 동시에 경제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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